처음 미술 활동을 접한 것은
5~6살 무렵 탁아소 시절이었다.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어떤 활동들을 했는지
탁아소의 위치 구조까지도 기억이 난다.
감자나 고구마 도장으로 물감 찍기 놀이
색깔 모래로 그린 그림
양초로 그림 그려서 숨은 그림 찾기
빨대로 물감 불기 등의 미술 활동과
절에서 운영하는 탁아소라서
부처님 모자이크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순수한 나이기도 했고
상까지 받으니 더 좋았다.
초등학생 때도 미술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고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불렸다.
중학생이 되면서는
우연히 낸 캐릭터가 당선되면서
캐릭터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땐 옆에서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것도 몰라서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고등학교의
산업디자인과로 진학을 했다.
과제로 빡센 학교라서 잠도 거의 못 잤고
학교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거리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아.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접한 것은 좋았지만
그저 그림 그리는 시간이 행복해서 그림을 그리다가
선생님 취향을 맞추는 그림을 그리면서
점점 그림 그리는 것에 흥미를 잃었다
.
미술교육을 정식으로 받지 않았던 나는
틀이라는 게 없어서
수채화 물감으로 유화 같은 그림을 그린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을 본 친구가
수채화로 유화를 그리는 무서운 아이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특이한 그림 그리는 애로 불리게 되었고
특이한 것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생겼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 취향 맞추는 것이 싫어서
대학은 순수미술을 선택했다.
좀 자유로워지나 싶었는데
이젠 어떤 의도로 그렸는지를 자꾸 물어보셨다.
그림은 스케치 없이 손 가는 대로 그리는 편이라
솔직히 의도 같은 건 없었다.
근데 또...
여기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림에 설계가 필요하고 자료가 필요했다.
가장 충격이었던 건 내 그림인데...
왜? 이 그림 배경은 그 색이 아니라
금색으로 하는 게 맞아라고 하는 거지?
나는 미술은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보고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의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그림에 교수님이
색깔 추천도 아니고 색깔을 명령하셨다.
아동 미술 화실에서
유치원생 아이가 사과를 갈색으로 칠한 모습을 보고
사과는 빨간색이 맞으니깐 다시 칠해.
라고 한모습을 본 것 이상으로 충격이었다.
사과는 빨간색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색이 섞여 있다.
그리고 사과가 썩으면 갈색이 될 수도 있고,
그 아이의 마음속 사과는
갈색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순수미술을 전공한 나는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던 놀이는
가장 스트레스로 다가와
점점 그림과는 멀어지게 되었다.
가끔 스트레스 받을 때
푸는 수단이 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면 잡념이 더 많아져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어린 시절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나다움이 무엇인지 확실했다.
사회로 나와 다양한 경험과 환경을 접하면서
나다움이 무엇인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10대 시절엔
밝고 몽환적인 그림을 좋아했고
내 그림도 밝고 귀여웠다.
20대가 되면서는
내면의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며
어둡고 우울한 그림을 그렸다.
30대엔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그려서
어두운 걸 많이 그렸는데
친구가 악마의 그림이라며
그런 그림은 비공개로 그리라고
구마 의식 영상을 보내왔다.
내 감정도 마음대로 표현 못 하나 싶어서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날 걱정하는 마음을 알아서
친구의 의견을 참고해 밝은 그림도 그려 보았다.
잠깐 힐링 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다움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아이 시절 순수한 마음으로
본능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학생도 아니고
평가받는 위치도 아니고
마음대로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 것 실컷 그리자!! ^^
[낙서] 내 마음대로 헬로우 키티 (1) | 2023.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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